다리 우에서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이용악

 

바람이 거센 밤이면

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

괴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

누나는

별 많은 밤이 되려 무섭다고 했다

 

국수ㅅ집 찾어가는 다리 우에서

문득 그리워지는

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수ㅅ집 아히

 

단오도 설도 아닌 풀버레 우는 가을철

단 하로

아버지의 제사ㅅ날만 일을 쉬고

어른처럼 곡을 했다



곽효환 엮음, 『이용악 시선』, 지식을만드는지식, 2012년, 60쪽. 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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